성지 순례를 준비하며 바치는 9일 기도

순례 전 9일 기도
《성지 순례를 준비하며 바치는 9일 기도》

 

■ 제1일 – 부르심 앞에 서는 마음

  • 성호경
  • 도입

순례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우리는 “떠날 것인가”를 결정하기보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신앙의 여정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고, 인간이 응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첫날, 우리는 계산이 아니라 신뢰로, 습관이 아니라 자유로 응답하고자 합니다.

  • 기도문

주님,
저희를 이 자리로 불러 모아 주시고,
순례의 길로 초대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이미 저희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저희의 삶은 이 순례를 통해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주님,
이번 순례가 단순한 일정의 연속이나
보고 배우는 여행이 아니라,
당신께서 먼저 저희를 찾아오시는
은총의 시간이 되게 하소서.

저희가 무엇을 보게 될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하시고,
설렘과 기대 안에 숨어 있는
허영과 조급함을 내려놓게 하소서.

이 순례의 시작에서
저희 모두가 다시 한 번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겸손히 응답하게 하소서.

  • 주모경

■ 제2일 – 떠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며

  • 성호경
  • 도입

순례는 밖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서고자 합니다.

– 기도문

자비로우신 주님,
순례를 준비하는 이 시간에
저희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하소서.

겉으로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습관적인 죄와 무관심,
타인에 대한 판단과 자기중심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이 순례를 통해
저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당신 앞에서 더 진실한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희 안에 쌓인 불필요한 짐들을
지금 이 시간에 내려놓게 하시고,
가벼운 마음, 열린 마음으로
당신의 은총을 맞이할 수 있게 하소서.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되는 회개와 정화의 은총이
저희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일어나게 하소서.

  • 주모경

■ 제3일(12/15 월) – 공동체로 떠나는 순례

  • 도입

그리스도인의 순례는 언제나 ‘함께’의 여정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걷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한 공동체로 부르십니다.
오늘은 이 순례를 함께 걷는 형제자매들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날입니다.

  • 기도문

주님,
저희를 홀로 부르지 않으시고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 순례의 길로 초대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신앙의 깊이,
서로 다른 기대와 약점을 지닌 저희가
하나의 공동체로 떠나게 하심은
이미 큰 은총임을 믿습니다.

주님,
순례의 여정 안에서
서로를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불편함 속에서도 인내를 배우며,
차이 속에서도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누군가의 부족함이
다른 이의 연습이 되지 않게 하시고,
서로의 느림이
함께 멈추어 기다릴 수 있는
사랑의 기회가 되게 하소서.

이 순례 공동체 안에서
저희가 먼저 복음을 살아내게 하소서.

  • 주모경

■ 제4일  기대와 환상을 내려놓으며

  • 성호경
  • 도입

우리는 종종 하느님께서 주실 은총을
미리 정해 두려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넘어섭니다.
오늘은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맡길 것인가”를 묵상하는 날입니다.

  • 기도문

주님,
저희 마음 안에 자리한
수많은 기대와 상상을
당신 앞에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이 감동적이기를,
모든 순간이 은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새 조건이 되지 않게 하소서.

주님께서는
항상 특별한 순간 안에서만이 아니라,
지루함과 피곤함,
예상과 다른 현실 속에서도
저희를 만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보는 것보다
머무는 법을 배우게 하시고,
느끼는 것보다
순종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소서.

이 순례가
저희의 만족을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당신께서 저희를 다루시도록
자리를 내어 드리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 주모경

■ 제5일 기도의 순례가 되게 하소서

  • 성호경
  • 도입

순례의 길은 길 위에서 드리는 기도로 완성됩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하느님과 함께 걷는다는 의식 자체가 기도가 됩니다.
오늘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머물 자리’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 기도문

기도로 저희를 부르시는 주님,
이 순례의 모든 여정이
기도로 엮이게 하소서.

특별한 말이나 깊은 묵상이 아니더라도,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
침묵 속의 숨결 하나하나가
당신을 향한 기도가 되게 하소서.

말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흩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시고,
필요할 때 침묵할 줄 아는
내적 절제의 은총을 주소서.

순례를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부터
이미 기도의 리듬 안에 들어가
저희의 마음이 차분히
당신께 조율되게 하소서.

  • 주모경

■ 제6일 – 성인들의 삶을 만날 준비

  • 성호경
  • 도입

성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인간 조건 안에서 하느님을 선택한 증인들입니다.
그들의 삶은 감탄의 대상이기보다
오늘 우리의 삶을 묻는 질문이 됩니다.

  • 기도문

거룩하신 주님,
저희는 곧 수많은 성인들의
삶의 흔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을
존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저희 삶을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성인들의 위대함 앞에서
좌절하거나 도망치지 않게 하시고,
그들이 걸었던 작은 충실의 길을
저희 삶 안에서도 찾게 하소서.

“저 사람은 성인이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면제시키지 않게 하시고,
“나도 오늘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소서.

  • 주모경

■  제7일 –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

  • 성호경
  • 도입

순례는 끝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정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미 순례 이후의 삶을 바라보며,
이 시간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기를 청합니다.

  • 기도문

주님,
저희는 순례를 떠나지만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순례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일상을 새롭게 살기 위한
준비가 되게 하소서.

돌아온 뒤에도
같은 가정, 같은 공동체, 같은 자리에서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

순례 중에 받은 은총이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이미
삶의 변화를 향한 결단을
조용히 준비하게 하소서.

  • 주모경

■  제8일 – 전적으로 맡기는 마음

  • 성호경
  • 도입

순례에는 늘 예기치 않은 일이 따릅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모든 상황 속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오늘은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느님께 맡기는 연습을 합니다.

  • 기도문

주님,
이 순례의 모든 과정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날씨와 건강,
일정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도
불안보다 신뢰를 선택하게 하소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도 역사하시는
당신의 섭리를 믿게 하시고,
불평보다 감사의 언어를
먼저 선택하게 하소서.

저희가 이 순례의 주인이 아니라
당신의 초대를 받은
손님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 주모경

■  제9일 – 파견을 향한 준비

  • 성호경
  • 도입

이제 우리는 떠날 준비를 마칩니다.
그러나 순례는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내시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 있는 순례자가 됩니다.

  • 기도문

주님,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저희는 이미 순례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 9일의 기도를 통해
저희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조금은 더 정직해졌음을
감사로 고백합니다.

이제 저희를 보내소서.
그러나 무엇보다
당신께서 저희와 함께
떠나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 순례가 끝나는 날,
저희가 “잘 다녀왔다”가 아니라
“주님을 더 깊이 만났다”고
고백할 수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이미 시작된 이 순례를
끝까지 지켜 주소서.

  • 주모경

<순례를 떠나기 전에 드리는 기도>

자비로우신 주님, 

오늘 저희가 순례의 길에 오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여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저희의 발걸음을 인도해 주시고,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 동행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함께 하게 하소서.

저희가 순례길에서 겪는 기쁨과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의 선조들처럼 겸손히 주님을 따르며, 더 깊은 신앙과 사랑을 배우게 하시고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게 하소서.

여행 내내 저희를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저희가 만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소서.

주님, 저희가 이 길에서  당신과 늘 동행함을 잊지 않게 하시고,  순례를 통해 받은 은총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